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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 피해자에게도 "수치스러웠느냐" 묻는 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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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1-06-08 09:20 조회8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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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감정 가르치면 안 돼"

JTBC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나온 '성적 수치심' 용어에 대해 연속해 문제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검찰 내부 규칙에 나온 '성적 수치심'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자는 움직임과 더불어 검찰 내부 게시망 속 성평등 게시물에 달린 악성 댓글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성적 수치심' 용어가 실제 수사기관 조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짚겠습니다.

■ 용어 탓에 벌어지는 촌극…"단순 용어 문제 아냐"
 
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갈무리)
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갈무리)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불쾌감'이나 도긴개긴일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표현에 투영되고, 표현에 따라 법률을 적용할 때 실제로 차이가 생겨 판결도 엇갈릴 수 있다는 겁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주로 대리해 온 이은의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성적으로 언웰컴(unwelcome)한, 내가 원치 않는, 불쾌한 것이었다면 (성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사 과정에서도 법원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고 보통 물어봐요. 피해자 대부분은 수치심을 느꼈다기보다는 '기분이 나빴어요'라든가 '겁이 났어요'라든지 다양하게 표현해요. 그런데 계속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굉장히 많아요.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 진술하러 가기 전에 피해자 측 변호사도 피해자한테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 어떤 기분이 느껴졌냐'라고 물어보면 '성적 수치심이 느껴졌다'라고 얘기하시면 됩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성적 수치심이에요"라고 설명하면서 그렇게 답하라고 얘기해줘야 하는 일들이 사실은 있단 말이죠."

현행법에 남아있는 '성적 수치심'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자는 작업이 분명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추행 사건에서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볼 때 피해자들이 '유쾌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역겨웠다, 좀 겁이 났다' 다양하게 표현해요. '성적 수치심이 느껴졌나'를 그래도 계속 물어봐요, (진술 조서를) 수정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왜냐하면 성적 불쾌감으로 표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네가 느낀 게 수치심이었어'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수치심을 포함하는 불쾌감이잖아요."

"그동안 촌극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사장이 어깨를 주물렀어요. 피해자가 '아프고 싫었어요'라고 하면 추행으로 볼지, 폭행으로 볼지 하는 부분들이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그걸 성적 불쾌감으로 바꿈으로써 '아팠어요, 싫었어요'라고 해도 그 자체가 불쾌함만으로 포괄이 되니까."

■ 아동에게도 '수치심' 묻는 현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젠더법연구회 회장인 신숙희 부산고법 판사(사법연수원 25기)에게도 의견을 구했습니다. 법원 내 연구단체인 젠더법연구회는 여성과 아동 관련 이슈를 다루는 법관 모임입니다.

"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가치가 기존의 정조 관념에서 90년대에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성범죄 법령 속 '성적 수치심' 용어는 안 바뀌었어요. 수치심이란 말 자체가 정조나 순결과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가 없어져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간과돼 온 건 '성적 수치심' 용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에도 적용돼 왔다는 사실입니다.

"법령에서의 '성적 수치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의 정의에 이런 게 다 나와요. 특히 아동·청소년들한테 자꾸 그걸 물어봐요. '너 수치스러웠지' 그러면 애들이 '아니요, 기분 나빴어요'라고 말하면 그런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다고요. 말이 안 되죠. 대법원이 말하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의 보호법익은 이 아이들이 성적자기결정권, 올바른 성인식을 갖고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요. 성적 수치심이라는 잘못된 감정을 가르치면 안 되잖아요."

"성적 수치심을 자기 스스로 못 느끼는 아동들이 있잖아요. 그걸 진짜로 물어볼 건가요? 아니거든요. 일반적·평균적인 피해자 관점에서 볼 때 그 행위가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거거든요. 법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바뀌었는데도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주체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성적 불쾌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신 판사는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묻는 기존 수사·재판 관행도 짚었습니다.

"대법원이 말할 때의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은 해당 피해자가 느낀 수치심이 아니고 일반적·평균적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피해자가 꼭 느껴야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어린아이에게 자꾸 그걸 물어보면 수치심을 모르는 아이에게 성적 수치심을 가르치는 게 돼요. 요즘 아이들이 누가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다 기분 나쁘다고 하지 수치스러웠다고 안 해요. 수치심은 가해자가 느껴야지 왜 피해자가 느끼냐고 다들 말하잖아요."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드러나면, 그 시대의 도덕 관념상 일반적으로 이런 일을 당하면 평균인은 수치심을 느낀다라는 게 당연히 나오잖아요. 어떤 행위를 했다고 하면,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당연히 느낀다고 하면 그만이거든요. 피해자에게 캐묻지 않아도 되거든요, 사실은. 근데 피해자에게 '너는 느꼈니, 안 느꼈니'를 물어서 유무죄의 근거로 삼는, 그런 수사 관행이나 증인신문 관행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다'고 스스로 말하도록 물어봐야 하거든요. 용어를 풀어서 심문하는 것이 중요하죠."

JTBC가 지난달 19일부터 '성적 수치심' 용어에 대해 연속 보도한 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성적 수치심' 용어가 그대로 남아있는 현행법 조항들을 짚고, 이런 용어를 바로잡자는 국회 법안들을 다루겠습니다.


 

[출처] JTBC 뉴스
[원문]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8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