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긍정 양육 129’-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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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2-05-06 14:47 조회515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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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소란함 가운데 진정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해 11월 19일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념식에서 ‘긍정 양육 129’가 선포되었다. 이 원칙은 자녀가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긍정 양육이 부모 자신과 자녀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며 부모와 자녀 간에 믿음이 필요하다는 실천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또 긍정 양육을 위한 아홉 가지 실천 방법(자녀 알기, 나 돌아보기, 관점 바꾸기, 같이 성장하기, 온전히 집중하기, 경청하고 공감하기, 일관성 유지하기, 실수 인정하기, 함께 키우기)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은 윗사람에게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말썽을 부릴 때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친다는 이유로 매를 사용하여 왔다. 이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는 민법 제915조에 기인한 바가 크다. 다행히 지난해 1월 이 조항이 삭제되고 새로운 방식의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긍정 양육 129’ 원칙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긍정적이고 민주적인 양육 문화를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 사회, 양육자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부모 개인의 성장은 물론이고 아동 연령별 양육 방법, 부모와 자녀 간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상호작용 및 놀이 방법, 접근 가능한 지역 내 서비스 자원 등에 대한 교육을 가구 유형별, 집단별로 프로그램화하여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부모의 역할도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많은 부모가 부모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아동 수당 급여 지급을 부모 교육 수료 조건에 연동하는 방안, 출생 신고 시 의무적으로 부모 교육을 권고하고 부모 교육 수료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할 지점이다. 그리고 중·고 교과 과정 개편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예비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등 예비 부모 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적 인간이고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며 롤 모델이다. 모든 것이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청소년 시기를 그나마 잘 보내기 위해선 롤 모델이 되는 대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대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를 롤 모델로 선택하지 않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천금보다 더 귀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한두 번 시도해서는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이 보이면 아이들은 변화한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힘이나 협박으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보다는 권위 있는 행동과 말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훈육하면 이 땅에 아동학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매년 아동학대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예방 교육, 부모 교육 등을 통해 국민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아동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아동 보호 체계 또한 사후 개입을 위한 정책이 아닌 예방적 차원의 정책으로 확장돼 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 중심에 ‘긍정 양육 129’가 있다.
[출처] - 광주일보
[원본]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5167820073801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