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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괴물' 된 아들…"집은 지옥이었다" 옥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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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2-09-05 13:38 조회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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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재소자가 저희 취재진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면서 인터뷰를 자처했습니다. 어릴 때 학대를 당한 이후 폭력적이고 반사회성을 보인 아이가 자신과 같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JTBC는 교도소 측의 협조를 얻어서 어렵게 감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유리와 쇠창살 넘어 파란 죄수복을 입은 남성이 연신 눈물을 훔칩니다.

21살 유모 씨입니다.

유 씨는 18살에 폭력과 협박, 절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3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유 씨를 포함한 5남매는 201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학대를 당했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그냥 말 그대로 지옥이랑 다를 게 없었어요. 하루하루가 거기 들어가면 맞는 게 일상이고…]

직장 없이 마약과 술에 찌들었던 아버지는 폭력과 함께 자해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집에 항상 그 마약 주사기가 있었습니다. 술 마시고 화나신다고 술병을 깨고 같이 죽자고…]

10살 때는 아버지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아버지 지인이 집안에서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아빠 어디 갔나'부터 시작해서 칼로 이렇게 찌르고…]

당시 유 씨는 중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들이 퇴원하기도 전 아버지는 합의금을 유흥비로 써버렸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술을 먹고 들어오셔서 제 병상에 누우셔서 저는 밑에 보조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 합의금이란 것도 제가 큰누나랑 받으러 갔을 때 이미 찾아가셔서…]

5남매 앞으로 나오던 정부 지원금도 아버지의 유흥비로 쓰여 하루 1끼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습니다.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큰 딸을 유흥업소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학대로 지울 수 없는 온몸 곳곳의 흔적, 마음에는 더 끔찍한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가 부모가 아니었구나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자식이 아니라 저희 앞으로 돈 나오는 거 때문에 데리고 있었고 물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앵커]

이렇게 학대를 당했던 유씨는 어린 시절에 분노조절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학대당한 아이들의 가치관과 존엄성은 훼손되고, 폭력과 반사회성은 커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유씨 아버지의 유일한 가정교육이자 유산은 다름 아닌 폭력이었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화가 나면 벽돌로 찧어라 시비 걸거나 쳐다보기만 하면 때려야 된다.]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받아들였던 유씨는 유년기부터 폭력성을 보였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똑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버릇처럼 나오고 나도 아빠한테 배운 게 이거니까…화가 나는데 그걸 주체를 못하니까 계속 (커터칼로) 공책을 찢고 찢어 갈기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외부에 표출하며 학창 시절 이미 분노조절 장애와 반사회성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아빠의 복수를 다른 사람한테 한 거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냥 그렇게 손이 먼저 나가고…]

유씨 동생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유모 씨 친누나 :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안 살아야지 생각이 드는데 동생들은 그거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죽기 직전 할아버지한테 똑같이 당했다며 자신의 학대를 정당화했습니다.

[유모 씨/경북북부교도소 재소자 : 용서는 안 되겠지만 사과 받고 싶습니다. 그때 왜 그랬냐는 말도 해보고 싶고 미안하다 한마디만 듣고 싶습니다.]

여성 21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유영철.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남규.

아내와 장모를 포함해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 심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범 60% 이상이 학대를 받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자기 방어의 일종으로 상대에게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부모를 그대로 보고 크면서 자기도 모르게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은 폭력이 대물림 되기 아주 쉽습니다.]

정서적 학대부터 피해 아동 치료까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배승주 기자 (bae.seungju@jtbc.co.kr) [영상취재: 김영철 / 영상편집: 정다정]

[출처] - JTBC

[원본링크]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308139